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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롬 증후군과 리마 증후군 이야기

납치됐는데... 범인이 걱정돼?

1973년, 스웨덴의 한 은행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이 전 세계 심리학계와 대중문화에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이제는 범죄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스톡홀롬 증후군”이라는 단어, 혹시 들어보셨나요? 오늘은 이 다소 모순적인 심리 현상과, 그 반대 개념인 “리마 증후군”까지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그날, 스톡홀롬에서 무슨 일이?

1973년 8월 23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번화가 노르말름스토리에 위치한 은행에 두 명의 무장강도가 들이닥칩니다.

이들은 직원 네 명을 인질로 잡고 무려 6일간 경찰과 대치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죠. 하지만 사건의 전개는 더 놀라운 방향으로 흐릅니다.

1973년 8월 24일 인질이 갇혀있는 은행과 경찰 저격수의 모습
1973년 8월 24일 인질이 갇혀있는 은행과 경찰 저격수의 모습


“범인이 무서우면서... 이상하게 안쓰러웠어요.”

인질들은 극심한 공포 속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범인들에게 점차 동정심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경찰의 진입을 막으려 범인을 돕거나, 법정에서도 범인을 감싸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항복한 범인들에게 경찰이 “인질부터 풀어주라”고 했을 때, 인질들은 처음엔 자신들이 나온 뒤, 범인들이 사살될 가능성을 걱정해 먼저 나오기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 놀라운 심리적 반응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회자되며, 이 사건이 일어난 도시의 이름을 따 “스톡홀롬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이라는 심리 용어로 남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심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극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자신을 해치지 않은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연민, 신뢰, 고마움 같은 감정이 형성될 수 있다."

즉, 살아남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가해자와의 유대감’을 만들어내는 자기방어기제라는 거죠.

하지만… 아직도 논란 중!

실제로 당시 인질 중 한 명은 “내가 느꼈던 감정을 스톡홀롬 증후군이라고 단정 짓는 건 왜곡이다”라며 반발한 바 있습니다.

학계에서도 이 증후군이 과연 명확한 심리학적 개념으로 확립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죠.


반대 개념도 있다고요? 리마 증후군!

스톡홀롬 증후군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현상이라면, 그 정반대의 상황도 존재합니다. 바로, 리마 증후군(Lima Syndrome)입니다.

1996년 페루 리마의 일본 대사관. 무장 조직이 일본 대사관을 점거하고 수백 명의 인질을 붙잡은 사건에서, 범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인질들에게 점점 호의를 보입니다. 

일부 인질은 풀어주기도 했고, 인질의 상황에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죠. 이후 이런 심리를 설명하기 위해 "리마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감정의 역전, 인간성의 단면

흥미롭게도, 스톡홀롬 증후군과 리마 증후군은 모두 극단적인 긴장과 공포의 상황에서,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현상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극단적 공감 능력이라 부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생존 본능이 빚은 심리적 착시라고 말합니다.

스톡홀롬 증후군과 리마 증후군은 단순히 범죄현장의 뒷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예측불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심리 현상입니다.

현실의 공포와 긴장 속에서 인간성, 동정심, 생존 본능이 뒤엉켜, 때로는 예상치 못한 감정의 교류를 만들어내죠.

다소 어두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런 사례들을 통해 사람의 감정과 행동은 결코 이분법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